우리나라 최초의 외교타운이었던 정동. 대한제국의 처음과 끝을 함께했던 덕수궁과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영국대사관 등 옛 건물 뒤로는 높다란 빌딩들이 솟아올라 있어 이곳만의 정취를 자아내고 있다. 그냥 걷기만 해도 운치 있는 곳이지만 역사적인 장소가 워낙 많아 해설을 들으며 둘러보면 또 다른 느낌이다.
오는 10월 13~14일에 있을 '정동야행' SNS 홍보 서포터즈들과 함께 '정동한바퀴' 도보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정동한바퀴' 도보 탐방 프로그램은 국립정동극장을 시작으로 중명전, 구 러시아공사관,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 정동제일교회,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끝이 나는 1시간 30분 소요되는 여정이다. 그러나 '정동야행' SNS 홍보 서포터즈 발대식이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서 진행되고, 시간도 1시간 밖에 없어 코스를 약간 변경하여 정동 일대를 둘러봤다.
정동이 한국사의 주 무대가 된 것은 열강이 들어오면서부터이다. 각국의 대사관이 들어서고 이에 따라 학교, 병원, 종교 시설도 하나둘씩 생겨났다. 정동야행 서포터즈 발대식이 진행된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은 미국 선교사 헨리 아펜젤러가 세운 한국 최초의 서양식 학교 건물이자 한국 최초의 근대식 교육기관이다. 역사적인 건물일 뿐만 아니라 건축학적으로도 의미가 깊어 서울특별시기념물 제16호로 지정되었다.
정동제일교회 역시 헨리 아펜젤러가 설립한 한국 개신교 최초의 교회로 사적 제256호이다. 1918년에는 당시 아시아에 3대밖에 없던 파이프오르간이 있었는데, 바로 그 옆에서 <독립신문>이 제작되기도 했다. 당시 목사였던 이필주와 장로 박동완은 민족 대표 33인에 속한 인물이기도 하다. 독립운동가 유관순 여사도 이곳에 다녔다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우리나라 최초의 페미니스트 나혜석이 이곳에서 화려한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골목 안에 있는 중명전은 덕수궁에 포함된 건물로 접견소 및 연회장, 도서관으로 사용되었다. 1907년 앞마당에서 황태자 가례의 연회가 거행되었던 장소이자, 을사늑약이 체결되었던 비운의 장소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에는 경성구락부로 사용되며 또다시 치욕을 맛보게 됐다. 현재 사적 제124호로 1층은 전시실로 사용되고 있다. 한쪽 공간에는 을사오적이 앉아 있는 을사늑약 현장이 있고, 한쪽에는 헤이그 특사의 공간으로 꾸며져 대비를 이룬다.
정동에서 가장 높은 지대로 오르면 정동공원이 나온다. 구 러시아공사관이 있던 자리인데, 1890년 러시아인 사바틴이 설계한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로 현재 복원 공사 중이다. 사바틴은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직접 목격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 사건이 계기가 되어 고종이 아관파천하여 러시아공사관에 머무르게 됐다. 고종은 그곳에서 짧았지만 황제의 나라로 선포했던 대한제국을 구상했다.
계속해서 고종의 길을 따라 걷다 보디 붉은 벽돌담 너머로 영국대사관이 보인다. 정동에서 유일하게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자리를 옮기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대사관이다. 영국대사관은 골목 하나를 두고 덕수궁과 이웃하고 있다. 덕수궁은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에서 나와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 그리고 이곳에서 대한제국의 짧은 역사가 지나가고 국권을 빼앗기게 됐다.
정동야행 SNS 홍보 서포터즈와 함께한 정동한바퀴는 덕수궁 대한문에서 끝이 났다. 정동야행은 우리나라 최초로 문화재를 활용한 야간 축제이다. 지금은 전국 곳곳에서 야행이 진행되고 있지만, 최초라는 타이틀답게 많은 이들이 즐기고 있다. 올해는 10월 13일과 14일 양일간 진행된다. 정동한바퀴 도보 탐방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대사관 투어 프로그램, 체험 프로그램, 야간 시설 개방 및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