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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듯 가볍게 즐긴 가을 정취!

작성자관리자

  • 등록일 23-11-02
  • 조회1,46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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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듯 가볍게 즐긴 가을 정취! 진관사·한옥마을 품은 북한산 둘레길

북한산 숲과 계곡을 지나 만나는 사찰, 진관사 ©김종성
북한산 숲과 계곡을 지나 만나는 사찰, 진관사 ©김종성
감기에 걸리면 안 되는 때가 요즈음이 아닌가 싶다. 약 먹으면 하루 이틀, 잘 먹고 푹 쉬면 일주일이면 낫는다고 해서 후자를 택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창밖 풍경이다. 하루가 다르게 노랗고 붉게 익어가는 바깥 풍경에 나가보지도 못하고 조바심만 났다. 이러다 가을의 정취와 경치를 그냥 떠나보낼까 싶어 기운을 차리고 집에서 가까워 늘 고마운 북한산을 찾았다. 몸 상태를 고려해 백운대나 의상봉 같이 힘든 산행보다는 북한산이 품은 옛 사찰과 산의 허리를 에두르며 산책 같은 산행을 할 수 있는 북한산 둘레길로 발걸음을 향했다.

북한산 둘레길이 주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여러 사찰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진관사는 도심과 가깝고 은평한옥마을과 인접해 있으면서도 숲과 계곡이 감싸안아 자연이 선사하는 편안함과 고즈넉한 산사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사찰이다. 게다가 청명하고 울긋불긋한 가을날 북한산 둘레길 8구간을 걷다 보면 자연스레 만나게 되니 더욱 좋다. 지하철 3·6호선 불광역 2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북한산생태공원이 둘레길 8구간 구름정원길의 들머리다. 공원 입구에 둘레길 관광안내소가 있어 직원의 코스 안내와 지도 등을 받을 수 있다.
북한산생태공원에 있는 둘레길 관광안내소 ©김종성
북한산생태공원에 있는 둘레길 관광안내소 ©김종성
전망 좋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나무 데크길 ©김종성
전망 좋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나무 데크길 ©김종성
화강암이 많은 거친 산길이지만 나무 데크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거닐 수 있다. 풍광 좋은 전망대와 쉼터 벤치, 오르락내리락 숲길이 이어져 산행이 따분하지 않고 걷는 재미가 있다. 과거 중장년들의 전유물이었던 등산은 이제 많은 MZ세대들도 즐기고 있어 산행 풍경이 다채로워졌다. 둘레길은 산기슭에 기대어 사는 동네와 맛집·카페, 작은 암자를 스치듯 지나가기도 해 쉬어가기 좋다.

10월 29일에 들른 북한산 숲속은 예년처럼 단풍으로 물든 울긋불긋한 풍경이 아니라서 좀 놀랐다. 계절의 시계는 10월 말, 가을 한가운데에 있지만 산은 아직 녹음을 벗지 않고 있다. 이맘때 짙은 노란빛과 환한 주황빛으로 물드는 많은 나무들이 연녹색 옷을 입고 있다. 그 원인은 우리나라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후변화. 지구온난화로 여름이 길어지고 가을과 겨울이 짧아지면서 한반도 어느 산이나 단풍이 물드는 시기가 차츰 늦어지고 있단다.
가을산에서 만나는 다채로운 버섯 ©김종성
가을산에서 만나는 다채로운 버섯 ©김종성
통행이 금지된 샛길을 지나는 사람들 ©김종성
통행이 금지된 샛길을 지나는 사람들 ©김종성
가을날 북한산 둘레길에서 눈길을 끄는 존재는 가을비를 생명수 삼아 피어난 야생 버섯이다. 길섶과 나무에 붙어 꽃처럼, 작은 우산처럼 혹은 새의 알처럼, 날카로운 표창 모양으로 피어났다. 봄날 들꽃만큼이나 수가 많고 모양이 다양해서 놀랐다. 곳곳에서 만나는 흥미로운 야생 버섯 덕택에 산행이 지루할 틈이 없다.

그런데 탐방로가 아닌 통행이 금지된 샛길을 지나는 이기적인 사람들도 보여 눈살을 지푸리게 했다. 나무 데크 등으로 탐방로를 만든 것은 북한산의 자연생태계를 보호하고, 샛길로 인해 파헤쳐진 숲을 복원하기 위함이다. 샛길이 늘어나면 야생 동식물의 서식처가 파괴되는 등 자연 자원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북한산은 국립공원이다 보니 ▴샛길 통행금지 외에도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적은 양이라도 도토리·밤 같은 산속 열매를 채취해선 안 되며 ▴반려동물과 동행할 수 없고 ▴산속에서 흡연을 해서도 안 된다. 모두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처해지는 불법행위다.
둘레길에서 만나는 멋진 북한산 풍광 ©김종성
둘레길에서 만나는 멋진 북한산 풍광 ©김종성
은평한옥마을을 지키는 노거수 ©김종성
은평한옥마을을 지키는 노거수 ©김종성
둘레길이 끝나는 곳에 진관사 이정표가 서 있다. 동네 이름 진관동을 낳은 고찰로, ‘좋은 산은 좋은 절을 품는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진관사보다 먼저 은평한옥마을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멀끔하게 지어진 한옥이 북한산과 어우러져 운치 있고 고즈넉함을 더한다.

은평한옥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나무들이 발길을 붙잡았다. 은행나무와 함께 장수나무로 이름 높은 느티나무들이다. 오래전부터 동네 주민들의 품 넓은 쉼터가 되어주는 정자목이기도 하다. 모두 200세가 넘은 노거수들로 인기 있는 포토존 역할도 하고 있다.

느티나무는 이순신 장군과 인연이 깊다. 임진왜란 때 쳐들어온 일본 배를 박치기로 섬멸한 판옥선(板屋船)은 뱃머리에 단단한 목재인 느티나무를 썼다. 당시 일본 배는 고유종인 삼(杉)나무를 많이 썼다. 삼나무 목재는 목조건축 다리 가구 등을 만드는 데 널리 쓰였지만, 가벼운 만큼 약하다는 것이 흠이어서 우리나라에서는 목조건축이나 배를 만들 때는 사용하지 않았다.
산책하기 좋은 진관사 경내 ©김종성
산책하기 좋은 진관사 경내 ©김종성
북한산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능선과 계곡을 곁에 품은 사찰, 진관사(은평구 진관동). 조선시대 집현전 학사들이 단체로 휴가를 와 쉬면서 글을 읽었을 정도로 풍경이 좋은 곳이다. 절 입구 일주문에 ‘삼각산 진관사(三角山 津寬寺)'라고 새겨져 있는 현판은 북한산의 옛 이름이 삼각산임을 알게 해준다. 삼각산은 백운봉, 인수봉, 만경봉 세 봉우리가 우뚝 솟아 세 개의 뿔과 같이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찰 경내로 들어서니 은은한 풍경 소리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스님의 목탁 소리만큼이나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소리다. 진관사는 비구니(여자 승려)들이 운영하는 절이라 그런지 더욱 정갈하고 평온한 분위기다. 불전이 모여 있는 널찍한 절 마당으로 들어서자 바깥세상과 다른 질감의 공기가 느껴졌다. 경내가 넓어 산책하기 좋고 이어진 산길을 따라 북한산으로 오를 수도 있다. 소담한 절집처럼 만든 전통차 카페 ‘연지원’도 아늑하고 머물기 좋다.

진관사에서 매년 10월 초에 열리는 수륙재(水陸齋)는 국가무형문화재(126호)로 지정된 불교 의례다. 수륙재는 천지에 의지할 곳 없이 떠돌아다니는 외로운 넋을 위로하고 도량에 모셔 장엄한 법의 음식을 베풀어 주는 불교 의식이다. 조선의 건국과 왕권을 다지는 과정에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한 왕실 주관의 수륙재가 시초였다고 한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26호인 진관사 수륙재 ©김종성
국가무형문화재 제126호인 진관사 수륙재 ©김종성
가을의 절정으로 치닫는 바로 이때 아름다운 단풍이 이어져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다. 더 늦기 전 북한산 둘레길과 진관사 주변을 걸으며 가을 감성에 젖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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