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 주식회사가 신축 상가의 1층에 위치한 점포를 약국으로 업종을 제한하여 乙에게 분양하면서 '최초 임대분양 시 위 점포 이외에는 약국으로 분양 및 임대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된 분양계약서를 작성하였고, 현재 丙이 위 점포를 乙로부터 임차하여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후 甲 회사가 乙 소유 점포 바로 옆에 위치한 미분양 점포를 업종제한에 관한 내용이 기재되지 않은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여 丁에게 매도하고, 丁도 위 점포를 업종제한에 관한 내용이 기재되지 않은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여 戊에게 임대하여, 戊가 그곳에서 약국을 운영하자, 乙과 丙이 주위적으로는 丁과 戊를 상대로 영업금지 등을 구하고, 예비적으로는 甲 회사를 상대로 업종제한 약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
2. 판단
가. 丁과 戊가 점포를 매수 내지 임차할 당시 업종제한 의무를 수인하기로 하는 약정을 체결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는 지 여부
(1) 관련 법리
건축회사가 상가를 건축하여 각 점포별로 업종을 지정하여 분양한 경우 그 수분양자나 수분양자의 지위를 양수한 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상가의 점포 입주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상호 간에 명시적이거나 또는 묵시적으로 분양계약에서 약정한 업종제한 등의 의무를 수인하기로 동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상호 간의 업종제한에 관한 약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이때 전체 점포 중 일부 점포에 대해서만 업종이 지정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어도 업종이 지정된 점포의 수분양자나 그 지위를 양수한 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7다8044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의 경우
(가)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乙이 甲사이에 체결한 점포에 관한 업종제한 약정의 효력이 계약당사자가 아닌 丁 점포의 매수인인 丁이나 그로부터 점포를 임차한 戊에게 미치기 위해서는, 乙점포뿐 아니라 丁점포에도 업종이 지정되어 있어 乙과 丙과 甲, 丁, 戊 상호 간에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자신이 지정받은 업종의 영업권은 보장받으면서 다른 업종으로의 변경이 제한되는 업종제한 의무를 수인하기로 하는 묵시적 동의가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거나, 丁점포에는 업종이 지정되어 있지 않더라도 甲과 丁이 매매계약 내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乙점포에 관한 업종제한 약정을 수인하기로 하는 명시적 내지 묵시적 약정이 있어야 한다.
(나) 상가 분양자가 업종을 지정하여 점포를 분양하거나 점포 입점자에게 업종제한 의무를 부담시키려는 경우에 계약서에 지정된 업종과 업종 변경이 제한된다는 내용을 명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사건 상가 1층에 위치한 10개 점포들 중 乙점포를 제외한 나머지 점포들의 매매계약서나 임대차계약서에는 업종을 지정하여 매매ㆍ임대하였다거나 원고 점포 외에는 약국 영업이 제한된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그러므로 丁과 戊가 점포를 매수 내지 임차할 당시 업종제한 의무를 수인하기로 하는 약정을 체결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
나. 乙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1) 甲 회사는 乙과 체결한 업종제한 약정에 따라 乙의 약국 독점영업권이 실질적으로 보호되도록 다른 점포를 분양하거나 임대할 때 업종제한 의무를 준수하여야 함을 명확히 고지하고 이를 위반한 수분양자나 임차인들에게 계약 해제 등과 같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계약상 의무를 부담하는데, 甲 회사가 丁에게 점포를 매도할 때 업종제한 약정을 체결하거나 업종제한 의무를 수인하기로 하는 동의를 받지 아니하여 丁과 戊가 丁 소유 점포에서 약국 영업을 하더라도 이를 금지하거나 丁 소유 점포에 관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甲 회사는 乙과 체결한 업종제한 약정에 따른 의무를 위반하였고 그 때문에 乙이 丙에게 약국 독점영업권을 보장하여 주지 못하게 된 점은 인정되나,
(2) 그로 인하여 乙 소유 점포의 가치가 하락하였다거나 乙이 丙에 대하여 업종제한 약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하게 되었다고 인정할 수 없고, 향후 丙이 乙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는 乙에게 현실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예비적 피고인 甲 회사에 대한 청구도 역시 이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