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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작성자관리자

  • 등록일 23-09-16
  • 조회1,84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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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해보니 주민은 사업비를 가구당 5억원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재건축으로 지은 새 아파트를 웬만해선 추가분담금 한 푼 낼 필요 없이 일부는 되레 돈을 받아가며 배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 아파트를 분양받는 무주택자, 특히 청년 무주택자는 ‘로또’를 잡습니다. 현재도 시세보다 훨씬 싼데 분양가가 8억원 더 내려가 시세보다 무려 15억원 싸게 분양받을 수 있습니다. 재건축 주민·수분양자 모두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이런 일이 앞으로 일어날 수 있습니다. 내년 1월께 시행에 들어가는 새로운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방식에 따르면 말입니다.

서울 강북지역 재개발 공사 현장. 사진 삼성물산

서울 강북지역 재개발 공사 현장. 사진 삼성물산

정부의 재건축 활성화에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정부는 진입장벽을 낮추고 걸림돌을 제거하기로 한 규제 완화 추진에 이어 ‘붐’을 일으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을 되살리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 틀을 갖췄습니다. 윤 정부의 야심 찬 재건축 규제 완화가 기대한 결실을 제대로 볼지 주목됩니다.

민간 정비사업도 파격적인 용적률 완화 

6월 말 국회를 통과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은 윤 정부의 차별화한 재건축 활성화 방안을 담고 있습니다. 도정법은 정비사업을 규제하는 법안입니다. 개정안 공포가 조만간 이뤄질 예정이고, 개정안에 포함된 주요 내용의 시행시기는 공포 후 6개월 뒤입니다. 이달 공포되면 내년 1월 시행에 들어갑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이번 도정법 개정이 주목받는 것은 획기적인 정비사업 제도 개선안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건축과 관련해 윤 정부가 그동안 추진한 것은 기존 규제 완화 위주였습니다. 대표적으로 안전진단 문턱을 낮추고 재건축부담금(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을 줄이는 것입니다. 안전진단 기준 완화는 이미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재건축부담금은 관련 법령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에서 논의 중입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이전 문재인 정부 말기에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공공이 주도하는 정비사업에 한해 도입한 파격적인 규제 완화를 민간으로 확대한 것입니다. 역세권 정비사업을 말합니다.

역세권 사업장의 정비사업이 용적률을 대폭 올릴 수 있게 됐습니다. 용적률은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인데 법적으로 가능한 한도인 법적 상한용적률의 120%까지 올리거나 용도지역을 상향할 수 있습니다. 용도지역이 상향하면 용적률이 자동으로 올라갑니다.

용적률은 땅에 지을 수 있는 건축물 규모의 한도를 뜻합니다. 용적률이 200%이면 땅 100㎡에 지을 수 있는 지상건축연면적(층별 건축면적 합계)이 200㎡입니다. 한층 면적이 50㎡이면 4층까지 지을 수 있습니다. 층별 면적 100㎡이면 2층입니다.

현재 일반적인 정비사업 지역이 대개 3종주거지역이고 법적상한용적률이 300%입니다. 120%이면 360%까지 올릴 수 있습니다. 용적률이 20% 더 올라가면 건축면적이 그만큼 늘어 분양수입이 증가합니다. 대지면적이 1000㎡이고 용적률이 300%이면 지상연면적이 3000㎡이고 60㎡짜리 주택 50가구를 지을 수 있습니다. 용적률이 120%인 360%가 되면 지상연면적이 3600㎡이고 60㎡짜리 주택을 10가구 더 많은 60가구를 짓습니다. 연면적 600㎡에 해당하는 10가구를 더 지어 팔 수 있기 때문에 사업성이 더 좋아지는 것입니다.

용도지역 상향으로도 용적률이 꽤 올라갑니다. 용도지역별로 용적률이 다른데 3종주거지역이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하면 용적률을 500%까지 올릴 수 있습니다. 용적률이 120% 올리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올라가는 셈입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용적률 20% 추가나 용도지역 상향은 문 정부가 공공이 주도하는 공공재건축·공공재개발에 준 파격적인 용적률 완화 혜택을 한꺼번에 주는 것입니다. 공공재개발이 법적상한용적률의 120%까지, 공공재건축은 용도지역 한 단계 상향을 통해 용적률을 올릴 수 있게 했습니다.

용적률 완화분의 절반은 공공주택 

다만 개정안에 따른 용적률 완화분을 모두 주민이 챙기지 못합니다. 완화된 용적률에서 정비계획상 용적률을 뺀 용적률의 일부를 공공주택으로 공공에 제공해야 합니다. 서울시에선 공공재건축·공공재개발과 같은 50%로 예상됩니다.

사업성이 얼마나 좋아질까요. 지난 2월 결정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재건축 정비계획을 갖고 용도지역 상향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해봤습니다. 은마가 역세권 정비사업을 추진할지는 불확실합니다만 지하철 3호선 대치역에서 반경 500m 내에 들어 있고 사업 초기 단지여서 시뮬레이션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조합원 물량은 가구 수, 주택형 모두 정비계획 그대로 뒀습니다. 현재 3종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이 변경돼 용적률이 현재 300%에서 500%로 올라가면 59㎡(이하 전용면적)를 3000가구가량 더 일반분양해 일반분양수입이 1조5000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조합원당 5억원씩 돌아갑니다.

공공분양 분양가 3.3㎡당 3000만원 넘게 인하 

용적률 상향으로 일반분양을 기다리는 주택 수요자도 덕을 봅니다. 일반분양분이 늘어나는 것과 함께 공공주택 일부가 일반분양분보다 저렴한 공공분양으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민간 재건축 단지 내 공공주택으로 임대주택만 있지만 역세권 정비사업에선 공공분양도 나옵니다. 공공주택의 절반으로 예상됩니다.

역세권 정비사업 공공분양 물량은 윤 대통령이 공약한 ‘역세권 첫 집’입니다. 이는 윤 정부의 공공분양 브랜드인 ‘뉴홈’의 나눔형으로 발전했습니다. 나눔형은 분양가상한제 가격의 80% 이하이면서 주변 시세의 70% 이하인 ‘이익공유형’과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로 나뉩니다.

은마 재건축조합은 정비계획에서 상한제를 적용한 일반분양분의 분양가를 3.3㎡당 7100만원으로 예상했습니다. 준주거지역 용적률 500%로 계산한 상한제 분양가의 80%는 3.3㎡당 4000만원이 안 됩니다. 59㎡ 분양가가 9억원 선입니다. 새 아파트 시세를 24억원으로 보면 시세보다 15억원 저렴합니다. 공공주택을 모두 59㎡로 지으면 3500가구이고 이 중 공공분양이 1700가구 정도입니다.

나눔형은 특별공급을 확대해 대부분 20~30대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합니다. 집값이 비싼 강남에선 이익공유형으로도 분양가가 높게 나오기 때문에 토지임대부로 분양할 수도 있습니다. 토지임대부이면 고덕강일3단지 사전청약에서 보듯 분양가가 3억5000만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일반분양분 당첨자의 시세차익도 커집니다. 용적률 상향에 따른 대지지분 감소로 땅값이 줄면서 상한제 분양가가 3.3㎡당 7100만원에서 3.3㎡당 4800만원으로 내려갑니다. 59㎡ 가격이 12억원입니다. 마찬가지로 시세보다 10억원 넘게 쌉니다.

이렇게 파격적인 용적률 500%가 일리 있을까요. 윤 대통령 공약이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윤 대통령은 공약에서 “민간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용적률 상향(500%)을 통해 증가 용적률(약 200%)의 절반을 공공분양주택으로 기부채납 받아 청년·신혼부부에게 반값으로 분양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기부채납이면 조합이 건물을 지어 공짜로 공공에 넘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공공임대주택은 임대주택 건축비 기준인 표준건축비를 받고, 공공분양은 상한제 분양가 산정에 쓰이는 기본형건축비와 감정평가한 땅값의 절반 이상을 받게 됩니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표준건축비는 사실상 원가에 못 미치지만 기본형건축비와 땅값을 일부 받으면 공공주택 건설로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쾌적성 저하, 공사비 증가 우려 

지하철역 주변에서 역세권 정비사업을 할 수 있는 사업장 기준은 앞으로 정부에서 정하게 됩니다. 현재 민간임대주택특별법은 역세권 범위를 1㎞ 이내에서 자치단체가 50% 범위에서 증감해 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서울시는 조례에서 역세권을 “지하철·국철·경전철 등 역의 각 승강장 경계로부터 250m 이내의 지역”으로 정의하고 350m까지 넓힐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거리 기준이 탄력적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상지가 경계에 걸쳐 있으면 면적 절반이 넘는지를 본다”며 “과반에 미달하더라도 심의를 거쳐 역세권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파격적인 용적률 완화는 재건축을 재촉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당근’으로 꼽히지만 주거 쾌적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고밀개발의 단점입니다. 층수를 올릴 수밖에 없는데 초고층으로 올라가면 단위면적당 공사비가 30~40% 정도 늘어 사업성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습니다.

사업성이 좋아지는 만큼 재건축부담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습니다. 일반분양수입이 재건축부담금 부과 대상인 초과이익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쾌적성 저하, 공사비 증가, 재건축부담금 ‘폭탄’ 등을 고려하면 역세권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에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탁 방식으로 사업 기간 3년 단축 

정비사업 시행 방식에서 큰 변화가 일어납니다. 지금까지는 대개 주민이 조합을 만들어 사업을 추진해왔습니다. 앞으로는 주민이 원하면 조합설립 없이 신탁사가 시행자가 돼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주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신탁사를 시행자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4분의 3 이상의 동의가 필요했습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신탁 방식 정비사업은 정비계획과 사업계획을 통합해 처리할 수 있습니다. 조합설립 절차가 생략되고 계획 통합 처리로 사업기간이 3년 이상 단축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습니다.

대신 정부는 주민·신탁사 간 표준계약서를 도입해 분쟁을 방지하기로 했습니다. 표준계약서는 주민 해지 권한 보장, 신탁 종료시점 명확화, 주민 시공자 선정권 명시 등을 포함합니다.

정부가 신탁 방식을 활성화하려는 것은 기존 조합의 전문성 부족 등으로 사업이 장기화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체 정비사업에서 신탁사가 사업을 시행하는 곳은 여의도 등 4% 수준입니다.

이 밖에 이번 개정안은 조합 운영을 까다롭게 했습니다. 조합 임원 자격이 강화됩니다. 공유 지분자의 경우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사람만 조합 임원이 될 수 있습니다. 지자체장, 지방의회 의원 및 그 배우자·직계존비속은 조합 임원이 될 수 없습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이 밖에 시공자 선정 총회에 조합원 과반수(선정 취소의 경우 20% 이상)가 직접 출석해야 합니다. 시공자 선정을 둘러싼 잡음을 줄이기 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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